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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l 07. 2022

이젠 삶에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 때는 삶에 많은 것이 필요했습니다

집도 필요했고, 차도 필요했고,

돈도 많이 필요해서

벌어 들이느라 엄청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그것들을 소비하느라 평생을 보냈습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더 벌어 쌓아 놓느라 고생합니다

곳간에 더 많이 모아 두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갈 때 지고 갈 거냐고 비난하면서도

그 축적의 탐욕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저는 지금 그렇습니다

옷도 더 필요치 않고

신발도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먹을 것도 냉장고 속의 것이면 족합니다

돈도 딱히 어디 쓸 일이 없습니다

자장면 값에 인스턴트커피 한잔 값, 버스비 정도면

불편할 일이 없습니다


요즘 제게 필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저와 자장면을 함께 먹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같이 그림 그릴 사람이 필요하고

같이 노래할 사람이 필요하고

천변을 같이 걸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제 내 삶에 많은 것들이 희미해져 갑니다

세상 모든 것의 가치가 무의미해져 갑니다

나 역시도 존재의 의미가 한없이 초라해져 갑니다


재물 같은 건 쓸데가 없어졌습니다

적조할 때 내 곁에 있어줄 친구 같은 사람이 훨씬 더 필요해질 때가 된 것이죠


사람은 군중 속에서 혼자가 될 때

제일 외롭고 두렵다고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 인가 봅니다ᆢ<rewrite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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