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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l 22. 2022

孤 島 에 서





누가 이 섬에 표류했는가

절해 고도에도 삶이 있는가

살고 죽는 것은 천지신명의

일인데

그대는 왜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는가


수년 된 묵은 국화차를 우린다

향기가 없다

사람도 오래되면 향기를 잃지만

향기 대신 지혜를 얻는다면 그것도 괜찮다

묵은 것들은 생명이 없고

나이테만 남을 뿐이다

지금은 솔잎 새순이 향기로운 여름

나는 향기가 없다


서서히 혼자가 될 때

비로소 모든 것은 차고 넘친다

달과, 별과, 해류와, 유성과,

먼 수평선에 반딧불이 가슴에 둥지를 틀었다

바람의 손을 잡고 준령을 넘는다

세상이 한 눈 아래에 우스워 보인다


저 아스라이 벼랑을 따라 돌아 나가는 새벽바람이

찬 엉덩이를 달래고

새벽달은 스산한데 측간에 앉아 먼바다 해안선을 보는 맛이란 절묘하다

생의 끝이 명징하게 코 끝에 다아있다

내가 여기까지 와 있구나


시공을 넘나드는

어떤 영혼인들 이 고도를 비켜 가겠는가

행적이여

부디 다음 生은 높이 나는 새가 되기를


혼자된다는 것은

외롭고도 행복한 여정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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