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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Aug 08. 2022

폭풍이 오기 전에 새들은 떠난다





새들은  태풍이 오리란 걸 이미 안다
그리고 그 폭우를 피해 미리 떠난다
개미도 개미굴을 떠난다

준희도 폭풍이 오기 전에 떠났다
나는 폭우 중심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결국 집이 날아가고
차는 물속에 잠겼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폭풍에 날아가 버렸다

번개와 벼락은 무서웠다
토네이도는 수백 년 먹은 팽나무를 쓸어 트렸다
무녀의 점집 토굴도 무너져 내렸다
두물머리 당나무도 사지 가지가지를 부러뜨렸다

새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배는 침몰하고 바다가 속을 뒤집었다
고기들은 깊은 심해로 숨어들고
혹등고래는 뉴질랜드로 돌아갔다

태풍이 지나간 후
준희가 베를린에서 돌아왔다
하얀 머리와 주름진 얼굴로 해맑게 웃었다
새들도 다시 돌아왔다
전갱이 떼들도 돌아왔다
나는 돌아오지 못했다

시화방조제 뚝방 도로 끝
달 전망대에는 가오리 연들이 날고 갈매기들은 새우깡 먹으러 모여든다
폭풍이 떠나간 자리에 다시 새들이 모여들었다

준희는 고해소에서 사제
와 마주했다
고해성사는 길고 험했다
그리고 끝내 보속을 받지 못했다

며칠 후 준희는 베를린으로 돌아갔다
새들은 마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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