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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Aug 09. 2022

추적추적 비 내리던 어느 날





기억이란 집요해

비가 오면 백화점 앞 그 정류장이 생각나

공항버스가 지나가고 홀로 남은 사람은 비를 맞고 있었지

그게 마지막이었어


세월이 가도 생각나는 건

비 오는 날의 우울한 기억

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가

사거리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의 긴 시간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마치 한 편의 무성영화 닮은 그날의 침울한 기억


기억이란 무정해

잊지 못해 애가 타 들어가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우울한 날의 침묵뿐

살아있을 동안밖에는 기회가 없는데

세월은 저 물처럼 흘러 바다 품으로 스며들려 하네


이제 곧 죽으면 잊을 거야 다짐하지만

그렇게 기억은 남아있어

버려야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비 오는 날 정류장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던 어리석은 군상이여

처량 맞은 추억이여


추적추적 비 내리던 그 어느 여름날의 기억

그 거리엔 아직도 초라한 비만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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