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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Aug 23. 2022

섬 이   멀 다





당신은 겨울 속에 있어 늘 춥고

나는 여름 가운데에 있어 늘 덥다

매미 소리가 잦아들더니 풀벌레가 운다

언제 더웠냐는 듯

코 끝으로 소슬바람 불고 계절은 숨 가쁘게 옷을 갈아입는다


당신은 먼 섬에 있고

나는 첩첩산중에 와 있다

'마다가스카르'와 '치악'이 맞닿는 곳에 계절과 그리움이 조우한다

귀뚜라미 한 마리가 거실에서 돌아다닌다

대추가 여물고 감나무 이파리가 색을 갈아입는다

어느새 당신의 창가에는 달이 차갑게 기울고

밤하늘에는 별들이 무리 지어 초롱초롱 새끼를 친다


간밤에 떨어진 별을 주으러 개울가로 나섰다

설익은 밤송이들이 바람에 떨어져 있다

그대는 지금쯤 무엇을 거두고 있는가

소라인가 뿔고둥인가

돌문어와 전복도 가을처럼 여물었다

흑산도 홍어는 목포로 떠나갔고

사도 돌문어도 여수로 팔려갔다

갈대와 바람은 바람이 났다

그대와 나는 바람 타고 준령에서 만난다


당신은 겨울이고

나는 여름이어서 평생

만날 일은 없다

섬과 산의 경계에서

애꿎은 별과 달만

천만년째 조우하고 있다


삶은 그리움이란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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