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꼰대 시인 화가 김낙필입니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나는 꼰대 시인 화가 김낙필입니다



오죽잖은 글로

어쩌다 개교기념일

글짓기 행사에서 장원을 받고

특별 활동시간에 문학반에서 콜 받고도

향토반에서 활동했지요

뒷걸음치다 얻어걸린 賞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시와 글과 인연이 됐습니다

힘들 때 위로가 돼서 여태 함께 여기까지 흘러 왔습니다

누군가는 어설픈 글쟁이를 시인이라고 불러 줍니다


만화를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책과 공책 귀퉁이마다 그림을 그려놓아

선생님께 꿀밤도 숱하게 얻어맞았습니다

그 버릇은 결국 고치지 못하고 졸업했습니다

별명이 '똥개'라는 한 반 친구가 있었는데

걔는 개의 머리만 그리는 특별한 친구였어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국민학생들 틈에 끼어서 만화방을 들락거렸습니다

밥은 걸러도 만화방 가는 일은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리다 보니 작금에 와서

화가라고 누군가는 말해 줍니다


어정쩡한 실력으로 등단을 하고

오죽잖은 그림으로 공모전 상을 받아가며

세월이 흘러 꽤나 나이를 먹은 꼰대가 됐습니다

누굴 가르치는 일도 하면서

자칭 시인 화가라는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어불성설,

이건 아니지요

제가 내 실력을 제일 잘 압니다

그냥 흉내만 낼 뿐입니다

예술이라는 나라의 변방을 지키는 이름 없는 초병입니다


이쯤에서 존재를 밝힙니다

나는 실력도 별 볼일 없고

볼품도 없는 꼰대 시인 화가 일 뿐입니다

그동안 거품으로 살았습니다

운이 좋아서 많은 문우와 화우들과 어울려 여직 그럴듯하게 살았습니다


그릇 크기를 이렇게 밝혔으니

만천하가 아셨을 겁니다

앞으로는

조용히 숨죽이고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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