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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Sep 23. 2022

驛      馬






내가 흔들어 놓고 가는 바람이라면

그대는 개망초 언덕인가

쑥부쟁이 대궁 인가


나는 驛馬라네

너는 거기서 흔들리며 허물없이 서 있고

나는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는 바람이 되어

기약도 없이 흘러가네

덮인 산맥으로 오르는 북풍처럼

돌아오지 않는 강물처럼 기약도 없네


어느 봉놋방에 지친 몸 뉘이면

살랑살랑 불어오는 망초 향기

자네는 아직도 그 언덕에 살고 있는지

향기 고운 그대 몸이 그리워

봉긋한 가슴과 가녀린 허리춤을 안고 이역에서 곤궁히 잠드네


눈이 녹으면 진달래 피는 그 언덕으로 가리니

꼼짝 말고 뒷방에 군불이나 지펴두시게

떠돌이 부랑아라고 부디 내치지는 말아주시고


멀고 먼 그대를 은혜하며

오늘도

시름없이 異域 만리길을 떠도는 驛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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