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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06. 2022

갈 비 탕  戀 歌





어머니께 가끔 들러 음식점으로 모시면 늘 갈비탕만 드십니다

왜 자꾸 갈비탕만 드시나 했는데

지금 와서 유추해보니 끼니를 잘 못 챙겨 드셔서

영양 결핍이셨던 것 같습니다

모자란 단백질을 보충하려니 갈비탕만 드셨던 것이지요


큰집에서 어머님의 식사를 잘 안 챙겨 드렸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어요

노인네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못하시고 나중에 혼자 챙겨 드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노인네를 왕따 시킨 줄 우린 몰랐어요


한 번은 불쑥 큰집에 들렀더니 큰집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바비큐 통닭을 먹고 있었어요

어머니는 안 보이셔서 어디 있나 살폈더니 컴컴한 뒷방에 홀로 앉아 TV를 보고 계시더군요

왜 같이 안 드시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통닭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ᆢ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도 모시지 못하는 내 처지가 슬펐어요

자책도 많이 했지요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좋아하시는 갈비탕을 사드리지 못한걸 이제 와서 후회하고 후회합니다


갈비탕 집을 지나치다 보면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죄책감에 다시 또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갈비탕을 사드렸어야 했는데 그걸 못 해드렸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머님 생각하면 목이 메어 갈비탕은 잘 못 먹습니다




# 조카딸 년들 셋 모두

젖먹이 간난장이 때부터 대학 갈 때까지 할미가 먹이고 돌봐 키웠건만 커서는 그 은공도 모르고 할미한테 먹는 걸로 그렇게 냉대하는 걸 보니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옛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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