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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안녕

by 시인 화가 김낙필





한 여자가

승용차 운전석에 편안히 잠들었습니다


옆 좌석에는 일회용 주사기와 조그만 약병이 놓여 있습니다


혼자 사는 여자는 간호사였습니다

암병동 중환자실에 근무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연명 환자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녀가 경험한 처절한 죽음은 멀지 않고 늘 가까웠습니다

혼자 사는 일은 늘 고독하고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영원히 잠들고 싶었습니다


삶의 무게가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게 싫었습니다

그 고통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현실에서 사라지는 것뿐

그래서 먼 길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엄마, 아빠 저 가요

친구들아, 먼저 간다

안녕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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