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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떤 유 서

by 시인 화가 김낙필






아들아

부모를 잘 못 만나서 고생을 시키는구나

금수저도 못 만들어 주고

좋은 가풍도 없었고

싸우는 꼴만 보여주며

너를 키웠구나


대리 만족이라고나 할까

8 학군에 데려다 고생만 시켜놓고

결과는 참패였지만

그래도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착하면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람은 선하게 살아야 한다


재물과 명예와 권세도 십일홍이란다

남을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인생이 진정한 거란다

돈이야 없으면 어떠니

좀 덜 쓰고 살면 되지

그래도 부모가 돼서 풍족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 이다


아들아 미안하다

부모가 가난해서

물려줄 재산도 없고

물려줄 지식도 없으니

빽도 없고 재물도 없구나

늙고 병들어 짐만 되게 생겼으니 걱정이 태산 같다


부디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 와야 하는데

결혼도 못하는 나라

아이도 못 낳는 세상에서

사기꾼에 조폭 같은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으니

앞 날이 답답하고 암울하구나


아들아 다음 세상에는

공부도 필요 없고

재물도 필요 없고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에 태어나거라

작금의 세상은 돈과 권세만 판치는 더러운 연옥 같은 곳이니

몸 간수 잘하고 조심해서 살아야 한다


아들아

부모로서 낳아준 거 말고 해 준 게 없어 정말 미안했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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