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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에도 꽃이 피었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내 무덤가에 울어줄 이 없듯이

곱게도 꽃이 피었다

할미꽃은 내 할매의 꽃인데

내 무덤가에도 피었다

삽살개 한 마리 무덤가에서 졸다가 나를 졸졸 좇아온다

너는 누구의 영혼이건대 나를 따르는가

십리를 함께 걷다가 삽살개는 온 길 따라 청계사 쪽으로 돌아갔다

무덤가에 피는 꽃은 정령이다

주고받는 대화가 영혼과의 울림이다

누가 나와 오래된 농담을 주고받을까

찾아올 이 없는 내 집 뜰에

할미꽃이 피었다

이승과 저승이 대화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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