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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을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삶이 의미 없어지는 날이 올까 두려웠다

무작정 살아질까 봐 두려웠다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 하늘 한번 쳐다보지 못하던

지난날들을 흘려보내고

노을 지는 강가에 홀로 서 있다


세상이 이리도 아름다운데

나는 왜 비 오는 궂은날로 살았을까

왜 하필 바람 부는 언덕에 집을 지었을까

왜 땅만 보고 걸었을까

왜 하늘조차 보지 못했을까


이제 와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미 나의 계절은 떠나가 버리고 노을 진 강가에 홀로 서 있다


무작정 살아온 세월이 무참히 흘러가 버렸다

설령 작정이란 삶이 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삶이 의미가 없어졌다

작정 없이 가야 한다

무작정 살아야 한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식어가는 내 영혼이 곤궁하고 애달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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