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저편
안데스 산맥으로 떠난 사내는 어느 협곡에 머무는가
흙벽돌집 라촘바(La Chomba)에서 '치차(ChiCha)'를 마시고 있을
바람의 사내는 공중 도시에서 바람을 타고 왔는가
우루밤 강가에서 별을 헤며 술잔을 기울이다 잠이 들었는가
오늘은 비루카 밤바로 가는 어느 봉우리를 넘고 있을지
어느 기슭에서 쉬어 가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방랑의 길은 끝이 없어 하늘 길이여라
바람의 길이라 가르쳐 준 이 없어도
내일은 또 바람 부는 쪽으로, 달이 뜨는 곳으로
별을 헤는 밤은 고독하지 않으리
욕정은 묻어두고 정 따윈 걷어 버리고 흘러가는 길
바람이 전하는 말
미련은 남겨두지 말라, 마음 밖에서 살라
그래서 아득한 곳으로 붉은 옷을 입고
울며 떠난 사내가 있었다
* 김낙필, 시집《나의 감옥》 오늘의 문학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