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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자 애인

by 시인 화가 김낙필





그는 그 닮은 사랑을 하고

나는 나 닮은 사랑을 하고

우리 방식은 각자 다르지만 서로를 애모한다

외로워져도 서로 안기지도 못하고

만지지도 못한다

멀리 해지는 쪽을 바라보며 그리움에 젖을 뿐이다


긴 그림자가 내 키를 훌쩍 넘어 담쟁이넝쿨 벽에 다다를 때까지

네 그림자라도 안고 싶어 지는 날

우리 사랑은 끝이 나고

서로 제 길을 찾아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우린 본능처럼 느끼니까


가슴을 열어 보이면 안고 싶어 져서

우린 헤어져야 한다

밤이면 그림자처럼 사라질 당신을 사모한다


오늘은 비가 내려 그림자조차 보지 못하지만

태양이 뜨면 당신을 밟을까 두려워지고

달 밝은 밤 맹꽁이 울음 울듯

그렇게 숨은 그림자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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