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조

by 시인 화가 김낙필





홍조야

너나 나나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SNS 댓글 보면 요즘 젊은이들 왈(曰)

꼰대들이 나라 망치고 있으니 빨리 죽어 없어 지라네?

우리가 뭔 큰 잘못이라도 했나?


이역만리 중동 땅에서 모래바람 마시며 오일달러 벌어 들였고

휴일 반납하고 밤샘 작업도 많이 하고

매일매일 별보고 퇴근 했잖아

일이 인생에 전부였던 시대에 살았지

집 사고 애들 먹이고 키우고 가르치고

그렇게 젊음을 다 소비했잖아


그리고 이제 늙어서

어느새 길을 가다 앉을자리 찾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어


홍조야

방사선 치료받느라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살아있어 고맙다

병력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 달라며 부탁하던

너의 의중을 잘 모르겠지만


다음 주에 키르기스스탄 여행 간다며?

잘 다녀와라

덤으로 사는 인생

시간이 많이 아깝다며? 부지런히 다녀라

촌음을 아껴 써라


홍조야

교회 봉사활동도 엄청 열심히라며?

그래 죄은 죄가 많으니

이제 조금씩 갚아야지

젊은 날 너 같은 망나니는 없었잖니?

공덕 많이 쌓아서 좋은 데 가야지


홍조야 여행 다녀와서

대공원 둘레길 한번 같이 걷자

잘 다녀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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