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忘 月

by 시인 화가 김낙필






몇 년 동안 못 보던 같은 과 동기가 매달 보자는 청원을 하고

일 년에 한 번 총회, 망년회 때나 보던 고교 동기 동창들 모임이

두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만나자는 모임으로 결정됐다

일 년에 한 번쯤 보던 또 다른 친구 모임은 매달 넷째 주 금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으로 승격됐다


왜들 이러는 걸까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던 동창들이

뭐에 쫓기듯 자주 보려는 이유가 뭘까

음ᆢ좀 알 것도 같다


갑자기 암 판정을 받고 힘든 방사선 치료를 끝낸 친구와

하나둘씩 먼저 길 떠나고

여기저기 아프고

걷기조차 힘들어

수 없는 고교 동기들

코로나로 몇 년 동안 소원해져 자주 못 보던 절친들이

시간의 흐름과 세월의 무상함을 깨달은 거다


이제 목적지가 확연히 보이고

제각각 유통기간이 만료되어 가고 있음을 나름 감지한 것이리라


자주 보고

자주 웃고

자주 먹고 마시고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자꾸 불편해지는 몸과 혼미한 정신을 통해 감지한 것이리라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만나고 놀다 가려고 애쓰는 옛 친구들을 보며

서로 살아 있음을 애써 확인하려는 가엾은 인생들을 본다


나도 마음 갈 곳 잃고

여기까지 오는데 한평생 걸렸으니

너희도 그렇겠지ᆢ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