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마법에 걸린 오후
忘 月
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14. 2023
아래로
몇 년 동안 못 보던 같은 과 동기가 매달 보자는 청원을 하고
일 년
에 한 번 총회, 망년회 때나 보던 고교 동기 동창들 모임이
두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만나자는 모임으로 결정됐다
일 년
에 한 번쯤 보던 또 다른 친구 모임은 매달 넷째 주 금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으로 승격됐다
왜들 이러는 걸까
일 년
에 한 번 보기도 힘들던 동창들이
뭐에
쫓기듯 자주 보려는 이유가 뭘까
음ᆢ좀 알 것도 같다
갑자기 암 판정을 받고 힘든 방사선 치료를 끝낸 친구와
하나둘씩
먼저 길 떠나고
여기저기 아프고
걷기조차 힘들어
볼
수 없는 고교 동기들
코로나로 몇
년 동안 소원해져 자주 못 보던 절친들이
시간의 흐름과 세월의 무상함을 깨달은 거다
이제 목적지가 확연히 보이고
제각각 유통기간이 만료되어 가고 있음을 나름 감지한 것이리라
자주 보고
자주 웃고
자주 먹고 마시고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자꾸 불편해지는 몸과 혼미한 정신을 통해 감지한 것이리라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만나고
놀다 가려고 애쓰는 옛 친구들을 보며
서로 살아 있음을 애써 확인하려는 가엾은 인생들을 본다
나도 마음 갈 곳 잃고
여기까지 오는데
한평생 걸렸으니
너희도 그렇겠지ᆢ
keyword
모임
망년회
2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구독자
396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겨 울 남 자
종 말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