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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겨 울 남 자
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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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가 없는 방에 한기가 가득 찼다
겨울 내
내 극세사 이불 덮고
코 끝에 이는 북풍을 이겨냈다
다행히 극 한파는 없어서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입춘이 되자
온몸에 피가 돌고 물이 차 올랐다
손 발끝으로 새 순이
돋아나는 듯 생기가 돌았다
봄볕이 방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육체에 온기가 돌았다
불 없
이 겨울을 이겨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생물들이 기지개를
켠다
반달곰이 어슬렁거리고 개구리가
뛰어다닌다
멧돼지도 칡을 캐 먹느라 소란스럽다
남자도 봄 밖으로 나갔다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이 멀 정도다
까만 안경을 쓰고 나섰다
겨울잠을
자던 골방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직은 조석으로 춥지만
아무 데나 노숙하기로 한다
맨해튼
노숙자의 겨울은 춥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보일러를 틀기가
쉽지 않다
그곳
공원의 비둘기는 겨울을 어떻게 보냈을까
친구 K는 동상 걸리지 않고 무사히 봄을 맞았을까
여름이 온다
바깥 생활에 맹독은 장마다
몇 날 며칠 종일 내리는 비가 두렵다
어느새
남자는 다시 하얀 겨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겨울은 남자의 곰과 같은 은신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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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남자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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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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