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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나 죽으러 간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여한이 없는데

남은 生이 너무 길다


수소문하다 보니

비용만 지불하면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게 해주는 곳이 있다더라


화장하고 분골 하여 항아리에 담아서 집까지 배달해 주고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해 준다니 얼마나 깔끔하니


병력이 없으니 안락사의 천국 스위스까지 갈 수도 없고

비용이 만만찮아도 준비해 놓은 돈이 있으니 너희에게 부담은 주지 않으련다


사망 신고 절차는 그들과 같이 조용히 처리하거라

주변에도 굳이 알릴 필요도 없다

지인들에게는 멀리 여행 떠났다고 하거라


슬퍼하거나 미안해할 필요 없다

내가 선택한 나만의 최선의 길이다


그리 알거라

나는 이만 떠나가 보련다


아,

뼈 가루는 아무 곳 아무 바람에게 날려 주거라


통장 출금 비밀번호는 4253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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