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명

by 시인 화가 김낙필





구차하지요

그냥 이대로 살렵니다

작은 오해로 운명이 갈리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숙명이지요

오해를 푼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이미 정해진 운명대로 가는 거니까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땐 길 비켜 드리지요

목례라도 한번 해주시면 고맙고요

그냥 스쳐 가셔도 괜찮습니다

절대 뒤는 돌아보지 마십시오


사소한 오해는 큰 방죽도 허물어 트립니다

조그만 구멍이 댐을 망가뜨리듯 말입니다

수많은 헛소문으로

해일이 일면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겁니다


그렇게들 이별하고 헤어지는 일이 사람 사는 일 아니겠어요


변명은 구차합니다

신뢰가 없으면 무너지게 마련이지요

그렇게 한 세상 이별하며 사는 겁니다


사랑은 물 같은 것이라서

고이면 변하고

그렇게

흘러가고, 이별하고, 잊혀지는 그렇고

그런 겁니다

궁색한 변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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