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숙

by 시인 화가 김낙필


여인숙


창밖 하늘이 검다

곧 천둥벼락이 쏱아질 태세다

아, 이런날은 이름없는 여인숙에서 그댈안고

삼박사일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시들대로 시든 호박잎이 다시 살아나듯

내 마디마디 세포도 되 살아나

황소걸고 힘겨루는 씨름판에 서고 싶다

관절마다 올리브 기름처럼 촉촉한 촉수들이

살아나고 풀먹인 옥양목 위로 달처럼 떠서

강물처럼 흘러갔으면 좋겠다

곧 천둥이 치고 벼락이 때리면 비를 맞으며

'명성 여인숙'을 찾아 갈테다

방바닥엔 엷은 창살 그늘이 깔리고

벽 모서리엔 양은주전자 얹은 양은소반 하나

안으로 문고리를 걸면컹!

나의 꽃 무덤같은 감옥

쏟아져라 장대비여 여인숙이 떠내려 가도록

긴 잠에서 깨면 너른 바다에 누워

너의 풋내나는 옷깃을 여미어 주리니

세상이 다 떠내려와 여기 태평양 한 가운데

너는 이 바다위에 여인숙 오는 길을

정녕 모르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