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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장 마

by 시인 화가 김낙필





구절초 피는 언덕에 올라 계절을 바라본다

먹구름 덮인 하늘에 긴 장마가 지나가고

미루나무 높은 가지에 새둥지가 위태롭다


높은 하늘에서

한 마리가 까치 세 마리와 싸우다 도망친다

까치의 협공이다

누가 새 대가리라고 했는가

못된 까치는 인간마저 우습게 알고 내 머리를 치고 달아난다


먹구름이 몰려오며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장독대 닫아라 하시던 어머님 말씀이 들려온다

빨랫줄에 빨래가 금세 젖는다


서편 하늘에 부지런히 새들이 날아간다

고추잠자리 갈대숲에 숨고

장대 같은 빗줄기가 내리 꽂힌다

가을 장마인가ᆢ

마음이 으스스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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