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옛날 애인

by 시인 화가 김낙필






당신이 나를 버렸을 때 안 울었다

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허탈했다

억울할 일도 아니었는데 달리 처신할 길이 없었다


초라해지는 것이 싫었다

네가 당당하게 돌아서는 것이 오히려 부럽기만 했다

지금은 다 지나간 일 부질없는 연극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희미해지니까 잊고 사는 거다


하늘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버린다는 건

한 시절을 그렇게 지우는 일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 건 기우였다

버려진 건 내가 아니라 너였다는 걸 역설한다

그래서 지금은 다소 희미하게 웃을 수 있다


행여 당신을 다시 만난다면 흔쾌히 웃어 주겠다

연애가 한 때 모든 걸 쏟아붓듯 좋았지만

추억 따위로 위로받지 않기를

당신은 나로부터 버려졌다는 사실을 영영 모르고 살았으니 바보다


부디 나를 버렸다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세월을 허비하렴

나는 다른 곳에서 너를 비웃으며 살 테니까

어차피 이별의 승자와 패자는 모호하다


가장 통쾌한 표정으로 네가 멸망해 버리기를 기도한다

매몰차게 버린 뒤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난 너를

원망하지 않게 처절하게 망해 버리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손뼉 치며 떠난 너를 조롱해 가며 살기를

너는 부디 나날이 망조가 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