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물 들이는 남자

by 시인 화가 김낙필






꽃물이 들면 슬프다

허허한 마음이 손톱에 물 들었다

봉숭아 꽃은 내 어릴 적 추억이다

봉숭아는 채송화와 분꽃의 절친이기도 하다


남자가 봉숭아 물을 들인다

과하지 않게

오른쪽은 엄지

왼쪽은 새끼손가락만 들인다

그리고 늘 유년의 꽃밭을 추억한다

정염의 칸나 꽃도 잊지 않는다


사내가 별짓 다 한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봉숭아 꽃물 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구십 중반의 생자 시인께서도 이 꽃물을 들이고 좋아하신다니

동심동력인 듯 한결 마음이 동한다

같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가을 끝물에 꽃잎 따다가 명반 섞어 으깨

냉동실에 넣으면 계절과 상관없이 두고두고

일 년 내내 꽃물을 들일수 있다

그러면 내내 어린 날

산동네 꽃밭을 회상하며 살 수 있다


사내가 별짓 다한다

암만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