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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03. 2023

바람이 전하는 말






어느 날

바람이 내게 말했다

나처럼 살지 마라

나처럼 살면 객사하느니

바위처럼 살아라


나는 그 뜻을 잘 몰라서

흔들리며 살았다

유랑에, 방랑에, 방황에 역마처럼 살다 보니

어느 날 아무도 없는 길 위에 서 있었다

아, 길 위에서 죽는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바람은 장승처럼 붙박이로

서 있지 못한다

평생 구름처럼 강물처럼 떠 돈다

회오리바람으로

폭풍으로

하늬바람, 높새바람으로 준령을 넘고 또 넘는다


바람이길 원하는가

그러면 길가에서 죽는다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려야 온전하게 살다 간다

꽃을 피우는 화단처럼 화사하게 살다 가려면

바람피우지 마라

바람은 허공이 친구다

허공은 無의 집이다


無所有란 바람 잡는 말이다

"바람처럼 살지 마라"

바람이 내게 전해준 충고 傳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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