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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29. 2024

이별하러 가는 날





비도 오지 않았고

눈도 오지 않았고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따듯한 봄날도 아니었고

낙엽 지는 가을날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날이었다


서로 지루해져서

서로 익숙해져서

서로 따분해져서


헤어지면 살 것 같았다

또 다른 세상이 날 반기고

화양연화 같은 날들이 올 줄 알았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팔순이 되기까지

그런 사람은 내 곁에 없었다

차마 말하지도 울지도 못하고 살았다


이별하러 가는

그날 이후

번 다시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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