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정강이까지 빠지는 길을 여행가방을 힘겹게 끌고 다녔지
그래도 힘이 들지 않고 좋기만 했다
가뭇하게 내리는 눈발 속에
댕댕이 전차를 타는 것도 가슴 뛰고 즐거웠지
눈밭에 누워서 겨울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좋았고
동빙의 겨울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눈은 사박 오일 하염없이 내렸다
거기는 눈의 나라 눈의 천국
뜨거운 정종 한잔 앞에 놓고 참치 초밥과 덴뿌라를 먹었다
창밖으로는 솜털 같은 눈이 펑펑 내려와 거리를 덮었다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휘청거렸다
그 모습이 장난스럽게 아름다웠다
우체국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전망대 폭설 속에서 밤의 도시는 천국 같았다
그해 겨울은 따듯하고 안온했다
나를 따듯하게 안아준 너도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