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시간

by 시인 화가 김낙필





노안이 되면

보이던 것을 못 보게 된다

내 눈에는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남들은 다 안다

볼품없이 쭈글쭈글 늙었다는 걸


보고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어눌해지고

폐허가 되어가는 걸 자신만 모르는 시간이 온다

남의 눈에는 훤히 다 보이는데

본인만 모르니까 속고 사는 거다


조물주는 묘한 장난질을 한다

착각 속에 살게 하는 것은

못된 짓이니까

나만 모르는 비밀들을 그들은 공유하며 즐긴다

눈을 어둡게 만들어

본질을 못 보게 하고

정신머리를 착각하게 만든다


몸은 피폐하게 저물었는데

정신은 아직도 예전에 머물러

본질을 모르게 하는 오류

돋보기로 보라

내 실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오류를 모르고 사는 것이 노년의 삶이다


조물주의 사기 행각을

눈치 못 채고 살고 있는 나는

오늘 돋보기 속의 실체를 보고

깨닫는다

눈과 귀와 입이 수명을 다 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내가 나를 볼 수없으니

착각 속에 빠져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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