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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폭풍 전야

by 시인 화가 김낙필




고통 없이 어찌 살아지겠습니까

평생이 백 년인데

하루하루가 어찌 화려하기만 하겠습니까

비가 오고 바람 불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의 일엽편주가 삶이란 거 아니겠어요

인간은 원죄를 타고 나는 거니까

生은 어차피 苦海 지요


좋은 날도 있었지요

화양연화 같은 호우시절 찬란한 날들도 있었지요

삶은 파도와 같아서 방파제을 한없이 때리며 삽니다

방벽은 시퍼렇게 멍이 들고

파도는 늘 깨지고 부서져서 하얗게 흩어집니다

한평생을 살아가려면 가슴도 늘 멍이 들어 삽니다


오늘은 비가 오시네요

창밖 뽕나무 잎사귀가 비에 씻겨 반들거립니다

자귀나무 가지가 비바람에 쉼 없이 흔들립니다

너나없이 다들 이렇게 비 맞으며 흔들리며 사는 겁니다

남쪽에서 폭풍도 올라올 때가 됐습니다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야 여름 끝 가을이 오겠지요


주말인 오늘은 빗소리나 들으며 하루를 조용히 쉬어가야겠습니다

소소한 고통쯤이야 이젠 이력이 났으니 두렵지 않습니다

바다가 잔잔해 지기만을 기다립니다


저기 방파제 위를 추락할 듯 나는 바닷새는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네요

멀리 밀려오는 수평선이 어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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