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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몸의 기억

by 시인 화가 김낙필




네가 나를 건너갈 때 소름이 돋았다

두물머리에서 퇴촌까지처럼 가깝진 않았지만

남한, 북한강은 조용히 조우하며

서로 제 몸들을 섞었다


우리가 강물처럼 스며들었는지는 말할 수없다

흔적조차 없는 문신은 몸만 기억한다

네가 나를 건너갈 땐 위태로운 나룻배 같았다

나는 바람이 불지 않기만을 소원했고

무사히 건너편 강 언덕에 다다르기만을 바랐다

배는 이내 물살에 휩쓸리고 급류에 묻혀 사라졌다

강물도 이내 제 갈길을 찾아 흘러갔다


네가 나를 건널 때는 마치 복사꽃 피는 봄 같았다

몸은 복사꽃 향기를 기억한다

아무도 모르는 잠행

그 봄도, 바람도, 가버린 강물도 그날의 역사를 모른다


우리들의 정사가 무슨 의미인지 는 모른다

다만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소풍날 같았다

몸만 오롯이 그 봄을 기억하듯ᆢ

(rewrit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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