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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

by 시인 화가 김낙필



멀리 본다

이젠 멀리 본다

저 수평선 너머를 보고

저 들판 끄트머리를 본다

사시나무가 태풍에 흔들리는 숲을 보고

태양이 지는 그 너머도 본다

벼랑 아래 흐르는 계곡을 본다

땅끝 마을도 본다


치 앞을 보지 못하던 무별한 인간이 멀리 보는 혜안이 생겼다

늙어 눈은 어두워졌지만 먼 곳을 보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은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다

멀리 보이는 것들이 진정한 세계였음을 깨달았다


먼 곳을 보는 여유가 생겼다

하늘과 숲과 바다와 노을과 와온의 바람소리를 듣는다

하늘의 높음과

숲의 흔들림과

바다의 깊음과

노을의 애절함을 본다

그렇게 먼 곳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의 본향이 살고 있었다


멀어서 보지 못했던 그리움들

나의 생과 마주하는 곳

그곳에는 내가 가야 하는 길이 홀연히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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