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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쓰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

남겨놓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것이다

여한이 없도록 소멸시키는 것이다

머리카락 한 올 남겨두지 않도록 비우는 것이다


쓴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궤적이 남지 않도록

자국이 남지 않도록

상처가 남지 않도록

미련이 남지 않도록

어느 문뜩 해 저무는 날

내가 사라져 버리도록


사람이 구태여 백 년까지 살 필요가 없는데 괜스레 오래 산다

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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