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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서 웃는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음악이 이렇게도 슬픈 저녁에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흐트러졌다가 접히고

구겨졌다가 다시 펴는 일이 고되다


사람 사는 일이 어디 만만하고 수월하겠는가

묵묵히 살아내는 일이겠지

천년 거북이처럼 망앙대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도요새처럼 끝없는 창공이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이 시린 날에는

창가에 서서 밀려오는 어둠을 바라본다

불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적막도 잠깐

거리는 네온사인의 화려한 세상이 된다


화려해서 시린 세상

찬란해서 슬픈 세상

환해서 어두운 세상

환상 속의 그대는

슬퍼서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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