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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by 시인 화가 김낙필



우당탕탕 요란스레 비가 쏟아지더니 금세 조용하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한 시간 남짓 이더니만

십 분만에 비가 물러갔다


창문을 열었다

뽕나무 잎새 자락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아니다, 아직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


습도 98%

습기가 방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온몸을 감싸 안는다

가을비는 처량하다

스트리밍 피아노 합주가 어울리는 아침이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절기가 한로(寒露)로 달려간다

그다음 상강(霜降), 그다음은 입동(立冬)이다

물 흐르듯 계절이 오고 가고

사람도 가고 오고

윤회의 수레바퀴는 쉼이 없다


태곳적부터 내일로 가는 마차는 시간의 굴레를 실어 나른다

나는 티끌일 뿐 비의 소리에 섞여서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

가을비는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 같다

왠지 처연하다


풍경이 젖어 눈물처럼 얼룩진다

풍경이 시리고 춥다

가랑비는 무심하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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