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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사라졌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어제 내린 비로 기온이 9도나 내려갔다

새벽녘에 추워 극세사 이불을 꺼내 덮었다

옷장에서 긴팔 옷을 꺼냈다

풍경도 추워졌고

음악도 추워졌고

집도 방도 추워졌다


두터운 양말을 꺼내 신었다

털실 모자도 꺼냈다

입동 준비를 한다

엊그제 까지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가을은 지금 잠깐 지나가는 중이다

설악에는 눈이 내리고

대령 준령에는 서리가 내렸다


어제는 거리에는

아직 반팔 차림과 패딩을 입은 사람도 보였다

여름과 겨울이 함께 걸어간다

천변 물소리도 청량하고 차다

청둥오리도 물 밖으로 나와 있다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 대만으로 좌회전해 갔다

다행이다


가을 옷들은 버려야겠다

가을이 사라지니까

여름, 겨울만 살아남았다

반팔, 패딩만 남는 셈이다

그렇게 조용히 사라져 가는 것들 사이로 버림받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계절마저도 사라져 가고 있으니

세상이 변해가는 거다

인간들이 꿈꾸던 세상이 이런 것 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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