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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粧刀 여인

by 시인 화가 김낙필



저 먼 섬 隱秘島에는

우리가 사랑하던 여자가 산다

뱃길로 반나절 가면 나타나는 절해 고도다

혼자됐으니 수작을 부려 볼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 육십 고개지만 이 여자

바늘 한치도 안 들어가는 자존감은 여전하다


우리가 사랑하던 여자가 혼자가 됐다

혼자 산다고 함부로 할 수 없는 여자

섬엔 대 여섯 가구가 살지만 동네 소문이 두렵다고 방문객을 거부하고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사는 여자


착각은 자유다

나이가 황혼인지도 모르고 아직도 튕기는 여자

타샤 할매처럼 텃밭과 꽃밭을 가꾸며 사는 여자

돌아가신 노모의 섬

엄마 품처럼 아늑하다고 들어가 사는 여자

가끔 외롭다는 전언도 온다


한번 안길만도 한 나이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여전히 자신이 공주인 줄 착각하고 사는 여자

노모가 밭 지심매다 가셨는데도

똑같이 풀 매고 고추 심고 호박 심고 사는 여자

사서 고생하는 여자


압구정 아파트 월세가 한 달에 오백씩 들어온다 하니

섬에서 그 돈 다 어디에다 쓰는지 모르겠다

보고 잡아도 보여주지 않는 여자

그 여자가 섬에 산다


우리가 사랑했던 여자가

은장도 한자루를 품고

절해고도 隱秘島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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