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비

적요

by 시인 화가 김낙필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비를 피하지 않는다 몸으로 영접한다

년 내내 비 한번 오지 않는 카이로에서는

비는 신의 축복이라 말한다


올해도 기상 이변으로 세계 도처에서는 물난리로 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어나갔다

집이 부서지고 동물들이 폭우에 휩쓸려 떠내려 갔다

해마다 폭우로 수백만의 이재민이 발생한다

두 얼굴의 비는 축복이고 재앙이다


가을비가 내렸다

흔들림 없는 얌전한 비다

폭풍은 저 먼바다를 가로질러 대륙 쪽으로 몰려갔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재난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위치에 속해 있다

다행이다


오늘 내리는

가을비가 세월처럼 연약하다

어느새 立冬이 채 한 달도 안 남았다

세월이 고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