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Oct 30. 2024

바람의 편지



딸이라서 좋았어요

딸 같은 아비라서 좋았고요

어미는 바람나 집을 나갔어도

딸은 어미의 업보로 내 곁을 지켰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칠 때

우표를 침 발라 붙여주던

딸아이가 시집을 갔습니다

시집가서 딸 닮은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나는 딸 같은 손녀딸을 사랑합니다

딸 같은 딸이라서 좋습니다


집 나간 어미는 돌아오지 않았고

시집간 딸아이가 가끔 들립니다

엊그제도 내 생일날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놓고 손녀와 딸 셋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딸이라서 호사를 부리며 살았습니다

딸이 제 인생이었습니다

가슴에 꽃을 꽂고

우체국에 가서 바람의 편지를 부칩니다


고맙다고

고마웠다고ᆢ딸에게 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傘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