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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Oct 29. 2024

傘壽

여든



산수(傘壽)가 넘었는데도

앞에 서면 떨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보다 떨리는 내가 오히려 더 좋다

감정에

내가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었다니 반갑기만 하다


나를 떨리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등을 어루만지고 싶은 너는 누구일까

나만 아는 사람

내 비밀의 화원에 사는 사람

내 꿈속에 나오는 배우

환상, 환영, 신기루 같은


卒壽가 와도 변치 말거라

그렇게 나비가 되고 꽃잎이 되어라

떨려라 떨리거라

푸른 파랑처럼 휘몰아쳐 방파벽에 부딪쳐도 좋아라

하지만 푸른 술병처럼 깨지지는 말아라


여든이 되어도, 아흔이 되어도

앞에 서면 떨리는 사람이 있다

그리 품고 살거라

그럼 너는 비로소 사랑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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