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살

by 시인 화가 김낙필



햇볕이 오후 3시쯤 돼야 거실로 들어온다

서쪽 방향 아파트다 보니 아침에는 북쪽 베란다 쪽으로 해가 온다

오늘이 立冬인가, 아니다 어제였구나

초겨울 햇살이 봄처럼 따듯하다

그래서 小春이라 했는가


이 계절에 내가 세상에 왔다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이다

옛날 같으면 추운 계절인데 기후 온난화로 겨울추위는 아직 이른 듯하다

그래서인지 오후 햇살이 온화하고 포근하다


커피 한 잔 내려야겠다

커피는 마실 때보다 내릴 때

향기가 너무 좋다

해 기우는 오후에는 한 잔의 커피가 제격이다

나른한 오후를 안온하게 즐긴다


화초들이 비로소 오후 햇살을 받아 빛이 난다

그림자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면

하루도 기울어 간다

곁에 둔 화분들을 보면 즐겁다

푸르게 푸르게 살아가는 화초들이 가족 같다


35년 된 우리 아파트는 빛과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놓칠 수 없는 순간들을 즐기면서

한가롭게 커피를 마신다

삶이 빛이 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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