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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後에

사랑

by 시인 화가 김낙필



당신이 내게 왔을 때

세상은 아름다웠습니다

돌멩이와 바람과 꽃들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토록 세상이 찬란했지요


지금은 어두운 세상입니다

길을 걸어도

카페에 앉아 있어도

말을 걸어오는 것들이 없습니다

세상이 암울한 침묵에 잠겨 있습니다


견고한 세상의 틀이 깨져 갑니다

혼돈의 세월입니다

다만 음악이 마음에 위로를 줄 뿐입니다

종일 음악을 틀어놓고 그 속을 헤매며 삽니다

브람스, 바흐, 멘델스존, 슈만이 친굽니다


사랑이 지나간 후 남은 세월은

묵정밭 같은 황량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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