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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눈이 온다

내가 마치 하늘에서 살포시 내려오는 것처럼 온다

지금쯤 내리는 삿포로의 눈은 수직으로 내린다

바람이 없다

그 고요함이란 말할 수 없는

적요다


눈이 저녁 등불의 커튼처럼 온화하다

거실이 카페가 되고

베란다에 발코니에 데크에 우아한 저녁 눈이 내린다

새하얀 우산들이 거리를 떠 다닌다

길이 점점 사라진다


자동차 후미등 행렬이 남태령 고개에서 쉬어간다

붉은 점등이 동백 꽃잎 닮았다

지금쯤 오동도 동백도 눈을 맞고 있겠지

향일암 앞 너른 바다에도 눈이 오시는가

여기는 눈이 펑펑 온다


서울 구치소에도 눈이 내린다

도화지처럼 세상을

하얗게 다 덮어다오


새해에는 소원 성취하고 만사형통 하십시요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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