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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命한다

尊命

by 시인 화가 김낙필




너는 그 나잇살이나 먹도록 무얼 해놨느냐 물으면

없다, 아무것도 없다

평생 그저 한 몸 똥밭에 구르느라 정신없었다

이제 구를 그 똥밭마저도 없어졌으니

그러니 TV앞에 멍하니 앉아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사랑도 해봤고

미워도 해봤고

이별도 해봤고

여기저기 숱하게 싸돌아 다니기도 했다

해 볼 건 다 해봤다

더는 미련도 여한도 없으니

한 세상 잘 산 게다


단 하나

남을 위한 일에 부족했다

나만 위해 살았으니 얼마나 큰 죄업이냐

선업을 쌓아야 하는데 너무 멀리 와 있다

멀다고 핑계 대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좋은 일하며 살아야 한다

조그만 일부터 차근차근 선업을 쌓아야 한다


너는 누구냐

나는 길가의 돌멩이입니다

하찮은 돌멩이라도

선업을 찾도록 하여라

그래야 쌓인 악업을 퉁칠 수 있으니

남은 삶은 돌려주는 일에 힘쓰거라


네, 명심하겠습니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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