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입는 옷 버리는데 삼십 년이 걸렸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내일이 이사 가는 날이다

살날이 산날 보다 반에 반에 반토막 났으니

필요한 것들이 별로 없다

옷가지 몇 벌, 그릇 몇 개면 될 뿐


평생 애지중지 모아논 욕심들을 보따리에 싼다

일톤 트럭 하나는 될 것 같다

욕망덩어리들은 버릴 시간이다

이것들을 싸안고 살았으니 生이 얼마나 답답하고 무거웠을까

후련해지겠지만 아쉽기도 하다

나의 평생들이여 잘 가거라

동남아로 가든 아프리카로 가든

가서 잘 살거라


이제 텅 빈 방에서 살리라

벗고 살리라

남은 세월은 虛하게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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