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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by 시인 화가 김낙필



겨울은 거울 같은 모습

봄이라는 벼랑 끝에 놓인 나를

밀어낸 허공 같은 공기로 감싸고 있다


설국에는 봉우리가 없었다

끝없는 사막길처럼 펼쳐진 무한의 백색이 나를 지웠다

無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

오아시스로 간다


이름 모를 정류장에서 내렸다

밤이었다

여기가 어딜까

어둠이었다


나를 데려가세요

동전 한 잎의 가치는 될 거예요

설국에서 오아시스로 오는 동안 길을 잃었어요

수평선이 멀어서 신기루가 안 보여요

나를 목마름으로 죽여주세요


광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곳에 나는 없었다

피를 토하는 사람들을 밟고 나는 오아시스를 찾아 나선다

침묵이 얼마나 큰 위선인지 나는 안다


불위의 세상에서 나는 조각배를 탄다

지금 나는 한 모금의 물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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