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워가며 글을 써 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의 밤이 얼마나 적막한지를
잠들지 못하는 세상은 적묵 하다
새벽은 늘 견고해서 깨지지 않는다
간 밤에 내린 서리처럼 차디차다
글을 쓰면서 도피한다
오클랜드로 캔터키로 멜버른으로 도망간다
향일암 동백이 필 때 여수의 밤바다가 울듯
그렇게 도피한다
밤은 늘 협조적이다
적막하고 적요하고 고요하다
가끔 먼 수레바퀴의 궤적소리가 들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산비둘기도 잠들어 사위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밤은 스스로 글을 쓰게 한다
세상이 멸망하면 이럴께다
아무 간섭 없는 밤이 지속될 것이다
거기 폐허 속에 오롯이 남아있을 수 있다
신전의 기둥들이 뿌리째 뽑혀서 고모라의 도시가 되면
아마도 족히 천년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절절한 심정으로 삼경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