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번호가 한자리도 안 맞았다
겨울에서 여름까지 기껏해야 소용도 없는 두 자릿수까지는 맞혀봤다
맞으면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이번 생에는 못 이룰 것 같다
의왕역 전철기지에 탱크들이 서 있다
어디로 가는 걸까
우크라이나로 가는 걸까
아프리카로 가는 걸까
전철은 금정으로 가고 있다
바꿔 타면 이수로 간다
탱크는 따라오지 않는다
철길에 노랑꽃이 지천이다
마음대로 피는 꽃은 치매 걱정이 없다
남성시장 민들레 할머니가 민들레 잎을 팔고 있다
초무침을 하면 쌉싸름한 뒷맛이 입맛을 돋운다
홀씨는 이미 다 날아가 버렸다
아마 고흥반도까지 날아갔을 것이다
바지락 국물이 시원하고 맛깔나다
옥련동에는 바지락 껍데기가 무덤을 만든다
판유리 공장 앞뻘에는 바지락 밭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들 수 없을 정도로
바지락을 잡아다 몇 날 며칠을 삶아 먹었다
그래서 건강해졌다
수도국산은 산동네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나도 그곳 산동네 출신이다
월동준비로 구동탄이 신작로에 도착하면 아이들이 손으로 언덕 위로 날랐다
그 노동의 대가로 탄팥빵 하나씩을 나누어 줬다
그걸 먹으려고 열심히 날랐다
시커먹칠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한테 야단을 맞았다
사우디에서 가서 돈을 벌어 집을 샀다
장가를 가고 아이들도 낳았다
그 애들도 장가를 갔다
그리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시를 썼다
그리고 늙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