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하다
이별하는 장면에서 안개비가 내리면 애수, 애련, 여수, 처연하다
흑백 영화는 더욱 애절하다
모든 사물이 흐릿해지고
불투명해지는 거리는 아련하다
동대문 역사에서 우산을 폈다
안개가 DDP 돔을 덮었다
낙산 쪽으로 무심히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산 동네가 자리 잡고 있다
생각이 닳고 행동이 무뎌질 때쯤
옛날로 돌아가려는 회귀본능이 살아난다
반려묘가 떠나고 혼자가 됐을 때
밤마다 요단강 건너는 꿈을 꾼다
묘가 나를 그리워하는 걸까
아니면 귀소 본능일까
안개가 걷히지 않고 낙타등처럼 무겁게 내려앉는다
벽화 동네에 벽화가 보이지 않고
명랑 이발소도 사라졌다
떡볶이집 앞에서 방향을 잃고 갈 길을 잃었다
헤어질 결심으로 가출을 했다
정훈희의 안개 노래처럼
안개는 낙타등을 어루만지며 낙산을 잠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