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고독

by 시인 화가 김낙필


압구정동 사는 팔순 된 백만장자 사모님이 걱정거리가 생겼다

며칠 전 싱크대 밑으로 거미줄을 치고 조그만 거미가 살기 시작했다

80평 혼자 사는 집이라 거미는 빈집으로 알고 거미집을 지은 것이리라


고민이 생겼다

이 거미의 밥을 어떻게 무얼 주어야 할까 걱정이다

고민 끝에 거미집 근처에 사과 조각을 놓아두었다

단내를 맡고 하루살이나 초파리가 꼬여 거미줄에 걸리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그럴 일이 없었다


걱정이다

모처럼 찾아온 동거자인데

내 집에 와서 밥을 굶으면 안 되는데 ᆢ


평생 처음 찾아온 거미가 잘 살아야 할 텐데

온통 거미 걱정뿐이다

평생 혼자 살던 노파에게 자기 집을 찾아온 거미는 고맙고 반가운 손님이다


인간은 싫어서 만나지 않는다

오로지 새와 꽃과 산과 강이 좋을 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기 때문에 싫다


명자 할머니가 말기암 판정을 받고 生을 정리할 때

유일한 낙은 거미를 보살피는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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