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일 암

by 시인 화가 김낙필



금오산 앞집 향일암에 새벽 동이 튼다

간밤 하늘공원 민박집이 펄펄끓어 홀딱 벗고 잤더니 새벽나절 으슥으슥 고뿔이 온다

어둑어둑 계단길 잡아 오르다보니

여명이 향기롭다

석문 틈새로 몸을 부비는 인간 껍데기 허울처럼

아기 돌부처 돌탑처럼 비운의 生이 예까지 오게 했다

간밤에 사랑은 제대로 했던가

참이슬 빈병이 뒹굴던 새벽녘 눈꼽떼고

헐레벌떡 올라온 향일암

눈시울 붉듯 앞 바다가 붉어온다

거북이 등에 올라탄 반짝거리는 동전들이

일출을 보듬고

초겨울 바다자락 배 지나가는 자리 마디마다 동백이 붉다

왜 여기서 송광사 목탁소리가 들리는지 알길은 없고

어젯밤 암자 동백 꽃길에 누워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몇번을 까무러 쳤던가

묵음(默淫)이 달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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