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煉獄)

by 시인 화가 김낙필


한 사랑이 긴 섶다리를 건너간다

발밑으로 초롱이며 흘러가는 세월이 꽃인 줄 알았다

달콤한 너의 말도 별수 없이 세월 속에 잊혀진다


너는 알고 있니

그 여름은 유혹이나 욕정으로 얼룩졌었다는 걸

돌아갈 수 없는 사랑은 한줄기 소낙비였다는 걸

저무는 오후는 울지도 못한다

흘러간 사랑에 대해서는 후회도 못한다

능소화시절 잠깐 생각나는 연정일 뿐이다


긴 사랑을 없다

절 마당을 가득 채운 상사화가 요염한 것은 비구니의 슬픔이다

붉은 염불은 마귀의 유혹이다

슬플 뿐이다


어쩌면 저 절간은 말없는 지옥의 마당일지도 모른다

지나간 사랑은 흔적도 없이 연옥을 떠돌 것이다

그걸 세속 인간들은 사랑이라고 불렀다

keyword